한국-캄보디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기사입력 : 2019년 08월 28일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공연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공연 (3)

▲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공연

“가라! 동쪽으로~”

캄보디아 바탐방주 상징 네악따(끄로뇽) 가면을 쓴 캄보디아 예술가가 힘차게 소리친다. 캄보디아 정령신 네악따 설화에 한국 설화 캐릭터를 접목한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의 쇼케이스의 한 장면이다. 한국의 순수예술창작 그룹 <프로젝트 그룹-의>의 단장 양혜경(양양)이 한국전통예술의 연출방법과 캄보디아 Kahon Pol Srey 공연양식을 접목시켜 한국과 캄보디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주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 대립에서 상생으로

한캄 최초 창작예술극 <빨간두꺼비>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양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혜경 배우는 2007년 학술세미나 참석차 캄보디아에 첫 발을 내딛었고 10년이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과 캄보디아 예술가의 협업, 문화예술 교류를 확대를 목적 방문을 이어갔다. 그는 캄보디아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하며 각 분야에 전문가를 찾아가 캄보디아 문학, 역사, 예술을 심도있게 연구했다.

또한 2017년 7월 치마하나로 꾸민 35분 오브제 공연 ‘심청이’ 공연, 2018년 1월 프놈펜 한국국제학교 재학생 대상 특별 한국 전통문화 강좌 실시하는 등 문화 예술 전수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고, 올해 8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를 주기적으로 찾았다. 아시아 중심의 순수예술창작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그룹-의>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교류사업 레지던스 자율형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바탐방 서커스극단 Phare Ponleu Selpak과 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공연 (1)

바탐방에서 하나된 양국의 예술가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서로 배려하고 기다리고. 잘 논다. 노래하고 춤추고 서로 알려주고 배운다.

이런 유토피아는 처음이다. 누가 보면 놀러온 줄 알겠다…

다들 참 열심히다. 한국 춤을 알려주는 것에도, 캄보디아 춤을 배울 때도

노래하면서도, 연주하면서도, 줄을 타면서, 저글링하면서, 상모를 돌리며, 버나를 돌리며, 카메라에 찍히고 찍으면서, 비맞고 흙먼지를 먹으며. 다들 참 잘 미쳤다~~~~”

 

#한-캄 최초 창작극 빨간두꺼비 공연 (2)

캄보디아 바탐방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양양의 페이스북 글 일부분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잊고 서로의 것을 익히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창작물을 탄생시킨다. <프로젝트 그룹-의> 단원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해뜨는 6시에 일어나 각자 마당에서 몸을 풀거나 음악을 듣고, 자료를 연구한다. 팀을 구성할 때 부터 국제교류작업에 경험이 있고 캄보디아에 대한 이해와 편견없는 태도, 공동 생활 경험을 봤기 때문에 팀워크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보다 여러모로 열악한 부분이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만 받을 수 있는 자극이 즐겁다.

프로젝트는 3주동안 실시된다. 바탐방 주 Phare Ponleu Selpak에 체류하며 한국과 캄보디아 전통 예술을 교류하고 양국의 공연예술분야 전문가의 창작워크숍을 실시했다. 워크숍의 결과물인 <빨간두꺼비>에 서커스 아티스트 박동조, 박상현, 배우 김지연, 안경희, 캄보디아 서커스 아티스트 heng Dara, Hoeut Hoeub, Pui Pheayin가 출연하고, 음악 신세빈, 촬영/편집 정희철 그리고 연출/기획 양혜경(양양)이 이름을 올렸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 창작극은 시엠립, 바탐방, 프놈펜을 거쳐 한국 서울혁신센터 50+서부캠퍼스 4층 두루두루 강당에서 지난 23일 작은 쇼케이스를 선보였다./글 사진 정인솔

 

한국과 캄보디아 관객을 한번에 사로잡을 공연 <빨간두꺼비>

줄거리: 멀리서 음악소리와 함께 광대들이 들어와 길놀이를 한다. 극이 시작되면 이야기꾼에 의해 캄보디아 정령신 네악따(Kro Nhoung)에게 소원을 빌러 온 사람과 한국의 큰할망에게 소원을 빌러 온 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이야기의 인물들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각각 동서로 9개의 산과 강을 건너 빨간 두꺼비를 잡으러 간다. 신성한 붉은 두꺼비를 잡으려는 이들의 싸움은 소원을 이루게 해주려는 캄보디아 정령신 네악따(Kro Nhoung)과 큰할망의 실랑이로 이어져 두꺼비집은 난장판이 된다. 그러자 신성한 붉은 두꺼비는 중재에 나서고 모두를 이롭게 하는 지혜를 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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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캄 최초 창작예술극 빨간두꺼비를 연출기획하고 프로젝트 그룹-의의 리더로 한국-캄보디아 문화 예술 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양혜경(양양) 배우가 공연을 마치고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 시키고자 틈틈이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연구했다. 드디어 3년만에 <빨간두꺼비>라는 이름으로 양국의 문화를 접목시킨 창작물이 탄생했다. 연출 및 기획을 맡은 양혜경(양양) 배우와 1문 1답을 진행했다.

 

캄보디아에 방문할 때마다 느낀 점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2007년에 학술세미나로 처음 방문 한 뒤 십년만에 왔을 때는 너무나 발전하고 달라진 모습에 놀랐어요. 요즘은 캄보디아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예술적 자부심과 사회적 의식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예술가와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낀점은?

2008년부터 한국에서 간헐적으로 있는 국제예술교류워크숍에 참가해 왔고, 2011년부터 인도, 일본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제가 장기적으로 총괄하고 기획한 것은 처음입니다. 캄보디아 예술가들과 함께하면서 느낀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열려있고 친근하다는 것이예요. 처음부터 가족처럼 지냈고 무엇보다도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데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는 거예요. 물론 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영어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외에는 전혀 통역을 쓰지 않았어요. 서로 언어를 배우고 몸의 언어로 소통했어요. 그리고 장점이자 단점은 매일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계획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거죠.

 

<빨간두꺼비>를 준비하면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

<빨간두꺼비>에는 바탐방 정령신 네악따(Kro Nhoung)과 우리나라 신화인 웅녀이야기, 삼신할매 이야기가 섞여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웅녀이야기가 단군신화와 맞닿아 있어 곰이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여자가 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캄보디아 친구들은 그 얘기가 나오면 자꾸 웃는거에요. 처음엔 이게 왜 웃기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웃기더라고요. 곰이 여자가 되어서 아이를 갖고 싶어하다니. (웃음)

 

캄보디아에서 이루고 싶은 양양의 궁극적인 목표는?

<빨간두꺼비>를 더 발전시켜서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순회공연을 하는것이 내년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이번에 쇼케이스 공연으로 그 시작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2017년, 단순히 캄보디아 예술에 빠져서 ‘내가 뭘 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불과 3년만에 목표가 굉장히 뚜렷해졌고 이미 1차적인 목표를 이룬것이나 다름없어요. 전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이 기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준 캄보디아 친구들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해 준 한인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의 최종적인 목적과 꿈은 조금 달라요. 저는 10년 정도 바라보고 이렇게 정기적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그래서 캄보디아 예술가들과 친구가 되고 함께 성장하고 바라보고 용기를 주는 진정한 동료가 되고싶고, 또 그 파장으로 캄보디아 사람들과 한국동포들이 예술을 가까이서 함께 즐기는 것이 지금제가 꾸고 있는 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단히 이상적이죠. 전 이상주의자가 맞나봐요. 제가 잘 가고 있는지 목격자가 되어주세요./글·사진 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