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4화 캄보디아는 모계사회인가?

기사입력 : 2019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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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모계사회로 인식하는 발로는 무엇일까? 캄보디아에서도 재산은 자녀들 모두에게 균등분배한다는데 결혼 후 남자가 여자 집에서 사는 풍습 때문일까? 2019년4월16일, Facebook을 통해서 캄보디아인에게 자신들의 성명에서 성은 누구를 따르냐는 질의를 공개적으로 해봤다. 일단 캄보디아는 공식적인 성명법이나 규칙이 없기도 해서 나름 다양한 양상을 기대하며 모계의 성을 따르는 경향이 발견될까도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경향은 전혀 없었고 대다수의 응답은 아버지의 성이나 이름자를 형제들과 공유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늘날 캄보디아 사회는 모계를 계통으로 성씨를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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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성의 권한을 우위로 볼 수 있는 모권사회라고는 볼 수 있을까? 캄보디아의 역사가 시작되는 최초의 국가 푸난 왕국 제1대 통치자는 쏘마 여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때는 모계사회이자 모권사회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인도 출신의 제2대 통치자 카운딘야 왕대부터 캄보디아는 부계사회로 전환했고 후대부터도 왕위 쟁탈전마다 남성이 우위를 선점하며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 그리고 정복전쟁과 식민지, 내전의 역사에서 여성의 권한은 심각하게 추락함에 따라 모권사회로 볼 근거도 발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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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이 신부집으로 가는 전통결혼식 장면

캄보디아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는 전통적으로 결혼을 통해서 남자가 장가(장인과 장모의 집)를 가는 데릴사위제 방식이다. 이렇게 결혼하는 캄보디아 남성은 여자 집안의 소유물로서, 뚜렷한 전망이 없는 젊은이라면 결혼과 동시에 처갓집 사업에 뛰어드는 취집의 양상이 보인다. 당연히 시집을 가는 한국 여성이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다면 캄보디아 남성은 처갓집 식구들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겪을 필요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능력이 된다면 결혼 후 독립해서 가정을 일구는 경향이다.

이렇게 전통적 결혼풍습이 다소 와해되는 분위기이더라도 여전히 신혼부부의 살림에 대해서는 처가가 상당 부분 관여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작용한다. 그런데 이때 분명한 것은 처갓집의 주인은 여자의 아버지라는 점이다. 즉, 집안의 주인이 한때 다른 집안의 아들이 장가와서 데릴사위로 봉사하다가 노쇠한 장인을 제치고 그 집안의 주인 자리를 꿰찬 것이다. 결국 캄보디아의 정벌의 역사나 크메르 문학작품에서 여자측 집안의 재산을 탈환하는 야심찬 남성 캐릭터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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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똠띠우이에 따라 여성들의 삶은 어떤가? 크메르문학의 진수로 꼽히는 대표적인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똠띠우(똠과 띠우의 사랑)』는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 강제로 여자 주인공의 결혼식이 치러지는 와중에 그녀의 연인이 이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은 얻어맞아 죽는 내용이다. 또한 『프까쓰러뽀안(시들어버린 꽃)』에서는 망해버린 남자집안과 파혼해버리자 여자 주인공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는 내용이다. 즉, 여성 개인의 삶은 주체성을 띄지 못하며 집안의 명예와 번영을 위해서 모든 처신이나 행동이 단속의 대상이 된다.

캄보디아 여성인권우리는 흔히 모계사회라고 하면 양성의 지위가 좀 더 평등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이런 인식과는 별도로 캄보디아 사회 이면의 여성에 대한 억압은 심하면 심했지 전혀 덜한 편이 아니다. 프랑스 식민지를 초래한 앙두엉 왕(재위기간: 1840-1860)은 『쯔밥쓰레이(여성의 법도)』를 통해서 이전까지 남성에 맞먹는 지위를 다소나마 누렸던 여성을 탄압한다. 그리고 식민지와 크메르루즈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지위를 회복할 여지도 소실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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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캄보디아 사회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이다. 여성의 파워는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아버지와 남편의 지위나 재력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러니까 결혼 후에 남성이 여성의 집안에 거주하는 것으로 캄보디아를 원시사회나 있을법한 모계사회라고 단정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딸을 지키려는 부성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사위까지 통제하려는 부계 권력이 한국보다 더 강한 사회로 봐야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서 여성의 삶은 억압과 희생으로 점철되는 측면도 상당해 보인다./이영심 (왕립 프놈펜대학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