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모뷰] “영원한 내편” 할머니라는 이름의 뭉클함. <계춘할망> 리뷰

기사입력 : 2018년 10월 02일

리뷰">계춘할망1[제12회 캄보디아 한국영화제 개막작 <계춘할망> 리뷰]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12회 한국영화제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날로 커지는 행사규모에 걸맞게 한국에서 흥행한 네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개막작으로 선정돼 짜또목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계춘할망>(2016, 감독 창) 이다.

제주도의 사계절을 품은 배경…
영화는 제주도의 유채꽃밭과 푸른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해녀 일을 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유일하게 남긴 손녀 혜지를 돌보는 계춘의 세상은 오직 작은 꽃 같은 손녀 혜지가 전부이다. 불면 날아갈까 꼭 쥐면 부서질까 금이야 옥이야 혜지를 키우던 어느 날, 혜지를 데리고 시장을 보던 중 계춘은 혜지를 잃어버린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계춘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낡은 집에서 손녀를 기다린다. 계춘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계춘은 12년 만에 혜지를 찾게 된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혜지지만 할머니에게는 그저 어린 손녀일 뿐, 계춘은 지극정성으로 혜지를 보살핀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던 혜지를 위해 계춘은 미술선생님을 구해주기도 하고, 오래 살았던 집을 팔아 아파트로 이사까지 갈 계획을 한다.

그러나 떨어져있던 세월이 길어서 일까. 혜지는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사실 혜지는 할머니를 잃어버린 시간동안 고아원과 길거리에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힘겨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날라리같이 담배를 핀다고 수군거리는 동네사람들과 싸우며 계춘은 영원한 혜지의 편이 되어주겠다 약속한다. 그런 할머니의 사랑으로 점차 밝아져 가던 혜지는 서울의 사생대회에 출전해 ‘고백’ 이라는 제목의 그림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다..

리뷰">1

“영원한 내편” 할머니라는 이름의 뭉클함
영화를 보다보면 혜지가 계춘의 친손녀가 맞는 것인가를 계속 의심하면서 보게 된다. 어릴 적 계춘이 사준 크레파스를 가지고 있고, 키우던 돼지의 이름을 기억하는걸 보면 혜지는 분명 계춘의 친손녀가 맞는데.. 계속 불안해하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혜지의 행동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혜지는 계춘의 친손녀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혜지는 어린 혜지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일까? 계춘할망은 잔잔한 스토리 속에 혜지라는 인물에 숨겨진 사연으로 반전의 결말을 보인다.

사실 그들만의 사연이 있지만 반전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기도하다. 그럼에도 이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할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뭉클함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의 검푸른 바다보다 깊은 할머니의 사랑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생선을 발라 밥 위에 올려주는 장면, 힘들게 물질로 번 돈으로 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려는 그 희생에 가까운 사랑이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50년차 대배우 윤여정이 연기하는 계춘할망은 모두의 할머니의 모습일 것이다.

리뷰">naver_com_20160519_154322

리뷰">naver_com_20160519_154429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편 하나만 있어도 살아지는게 인생이야.
내가 네편해줄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아라.
할망이 모든 것 다해줄거야”
-영화 <계춘할망> 중-

자극적인 미디어 투성인 요즘시대에 계춘할망은 마음속에 잔잔함을 불어 넣어주는 ‘웰메이드’ 영화이다. 화려한 CG기법은 없지만 사계절의 제주도 바다를 배경으로 해 낭만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내리사랑의 감동을 시종일관 전하고 있다. 개봉당시 최종관객수가 50만이 채 되지 않은 영화지만 어느 천만 영화보다 감동의 무게는 클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세월에 시달린 늙은 해녀 계춘의 얼굴, 그 표정만으로도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샘솟는 영화. “계춘할망” 이 개막작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엄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