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모뷰] 세계 속의 한국, 세계 속의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18년 04월 04일

1987년생인 필자는 96년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해외생활을 시작해왔다. 96년도만 해도 세계인들에게(정확히는 서양권 위주 선진국들에게) 한국은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는 정도까지는 아니여도 그 인지도가 아주 생소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현지인들로부터, 또는 그 곳에 사는 서양인들로부터 느끼는 인식은 그랬다. 88올림픽-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K-pop, K-drama들의 해외 진출과 호평(정확히는 일본, 중국에 갔었음), 그리고 201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된 미국-유럽 진출의 가시적 성과를 통해, 단순히 우리나라는 전자기기, 배 잘만드는 투박한 휴전 국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국가중 하나로 발돋움하였다.

사실 이런 변화를 체감한 30대 이후 사람들(20대. 특히 초중반들은 느낄런지 모르겠다^^;; 많은 경우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을까)에게는 굉장히 신기한 변화이다. 어쩌다 해외에 나가서 S모 전자사 로고, H모 자동차사 로고만 봐도 뿌듯해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고한다.(필자는 해외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이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 어디 나라 공항에 가도 걸려있는 대문짝만 S모 전자 핸드폰 광고가 우리에게 애국심/자긍심을 주기보다는 어쩌면 당연해지기까지 한거 같다. 세계 속 한국 위상의 변화이다.

약소국 컴플랙스. 사실 우리는 이 컴플렉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일부 이 컴플렉스가 우리 개인 일부 그리고 사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상당한 브랜드를 쌓은 한국도 남아있는 이 컴플렉스. 명백한 약소 국가 캄보디아는 어떨까?

캄보디아 사람들은 그리고 청년들은 세계 속에서 자신들 스스로 그리고 자기 국가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아마 우리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나 캄보디아 살아~ 라고 했을 때의 그 반응. 더 설명하지 않아도 교민분들은 알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캄보디아인들 역시 세계가 어떤 토픽으로 본인들을 집중할 때 누구보다 자긍심,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몇 번 본 적 있었다.

 

캄모뷰 인터넷 2▲ 난민2세 출신 캄보디아 압사라 댄서, Prumsodun(ted.com)

TED 단상에 오른 캄보디아 압사라 댄서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라는 단체/강연프로그램 있다. ‘퍼트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주제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15분 스피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한국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프로그램의 모태인 프로그램이다. 세계에서(서양권에서) 각 분야의 권위 있는 권위자가 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하며, 엔지니어, 제품기술자, 창업가, 마케터, 예술가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TED를 통해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www.ted.com)

이런 자리에 캄보디아 사람이 강연을 한다면? 그들이 느낄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라스급의 활약을 펼칠때, 그리고 이를 통해 외신의 호평, 극찬을 받았다는 기사를 볼 때의 뿌듯함이라면 설명이 될까.
캄보디아 압사라 댄서가 TED에 실제로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TED에 캄보디아 사람이 15분간 강연을 했다. 크메르루즈시절 난민이 되어 미국에 건너간 Prumsodun은 캄보디아 전통 문화 특히 압사라 댄스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이런 문화가 멸절하다시피 하게 된 크메르 루즈 시절의 아픔. 이를 재현하기 위한 본인의 노력, 그리고 캄보디아 게이 댄서로서, LGBT 운동이 지향하는 사랑의 다양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소수 문화로써 캄보디아 문화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압사라 댄스는 캄보디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형상화하였으며, 씨가 땅에 떨어져 나무가 되어 꽃이 피고, 과일을 맺고, 과일이 떨어져 땅으로 돌아가는 자연을 모티브로 이를 손으로 표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쁨과 슬픔등의 감정 또한 춤으로써 표현하며, 캄보디아 전통 문화에 대해 깊은 자부심으로 설명했다. 난민2세 출신다운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 구사를 통해 그 묘사에 생기를 더했다.

또한, 캄보디아 문화 속에 담긴 압박의 역사를 소개했다. Prumsodun은 캄보디아말로 나, 크뇸의 어원은 Slave(노예)라고 한다. 절대 신과 절대 왕정이란 고대 문화 아래 스스로를 지칭시 ‘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문화를 가졌던 캄보디아에서, 모든 분야의 지식인이 죽어야 했던 크메르 루즈시절 94%의 압사라 댄서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소개함을 통해 캄보디아 전통 문화를 이어가는데에 큰 위기가 있었음과, 이를 복원하는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압사라게이댄서 협회 소속으로써 소수 문화인 캄보디아 문화가 가진 아름다움을 다양성의 지지 측면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였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LGBT운동과 정신에 감사함을 표현하며 강연을 마쳤다.

강남스타일. 한국인의 자부심?
게이 압사라 댄서? 캄보디아의 자부심?
몇 해 전 글로벌 문화의 선도 국가인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문자 그대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것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한국 역사 최초의 빌보드 차드 기록이며, 유투브 조회수 세계 1위를 달리는 모습에 한국인이라면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에 일부 사람들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담긴 선정성을 문제 삼으며, 폭발적 인기를 통해 한국대중문화의 대표 콘텐츠로 부상한 강남스타일이 몰고 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였다. 한마디로, 선정성이 한국 대중 문화에 빠질 수 없는 특색으로 세계에 인식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물론 당시 강남스타일을 작곡한 싸이가 글로벌로 터질 줄 몰랐겠지만 말이다.

이 영상이 캄보디아내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캄보디아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필자의 상당 수의 캄보디아 친구들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핫한 뉴스로 이 영상이 올라옴을 확인했었다. 상당 수가 캄보디아의 문화를 세계 속에 홍보함에 자긍심을 느끼는, 그리고 감사를 표현하는 댓글을 올렸지만, 일부 게이 문화가 캄보디아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듯한 영상 속 뉘앙스가 불편했다는 요지의 댓글이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일까. LGBT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기에 공개된 지면에서 사견을 표명하는 것은 이 지면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다는, 소수문화의 글로벌 흥행의 성공 요인은 어디에 있느냐를 생각해봄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세계 속의 비주류중에서도 비주류로 있는 캄보디아. 세계 속에 비주류중에 비주류로 있다가 얼마 전부터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독특한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 어느 나라나 세계 속에서 주목을 받고 세계적 성과를 내는 데에 있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옆 나라 베트남이 박항서감독과 FIFA U-23 남자 축구 대회를 준결승이라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국제 대회 최고의 기록을 내었을 때, 온 도로에 베트남 국기를 들고 다니는 오토바이 행렬 사진 또한 이를 증명한다.

나름의 산업 전반과 문화 콘텐츠 분야까지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가는 한국인 입장에서, 사실은 한참 멀은 캄보디아를 바라볼 때 한 가지 물음이 떠오른다. 캄보디아가 가진 세계적 경쟁력은 무엇일까.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한국이 미국에서부터 일본으로 넘어왔던 아이돌 문화의 한국식 재해석을 통해 일본-미국에 역수출하여 문화적 세계 경쟁력을 만들었던 사례에서, 캄보디아에도 역수출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까. 단순히 문화 뿐만 아니라 전 분야를 통틀어서 말이다. 세계 속에 캄보디아, 캄보디아 속에 세계. 외국인으로써, 캄보디아의 뜻있는 청년들이 그 키를 찾아 선하게 캄보디아를 바꿔나가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문동진

캄모뷰 인터넷 1▲ 캄보디아 경제개발학자, Sophal ear씨가 TED에서 강연하는 모습(ted.com)

캄보디아 사람으로써 TED 무대에 올라 강연한 사람은 Prumsodun씨가 처음은 아니다.

TED에 오른 첫번째 사람은 캄보디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개발학자 Sophal ear씨이다. 그는 미국 LA에 오씨덴탈 컬리지(Occidental College)에서 종신교수로 ‘전쟁 후 국가 개발’을 주제로 학생을 가르친다. Sophal Ear씨는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개발학 석사, 정치학 석박사를 이수하였다. 그는 TED에서 캄보디아 킬링필드 시기에 비참함 속에서 아버지가 강제 노동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어머니가 어렸을 적 배운 베트남 말로 베트남 시민으로 가장하고, 베트남 입국 시험에 통과하여 그의 가족이 베트남으로 도망쳐 올 수 있었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참상을 더욱 실감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