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쁘레아뷔히어

기사입력 : 2012년 09월 12일


국토 최북단에서 홀로 쓸쓸히 캄보디아를 지키고 있는 쁘레아뷔히어 사원. 쁘레아뷔히어 주는 크메르 선조들의 유물이자 후손들의 자부심이 얽힌 사원들으로 가득한 제2의 앙코르왓(사원의 도시)입니다.

쁘레아뷔히어 주의 이름은 쁘레아뷔히어 사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쁘레아뷔히어’을 직역하면 ‘신전’인데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기독교의 ‘교회’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쁘레아뷔히어 주는 캄보디아 전 국토에서 인프라가 가장 열악한 오지에 속하며 아직도 열대우림과 지뢰로 가득하다. 이 지역은 지난 1998년까지만 해도 크메르루즈의 집권 하에 있었던 곳이다.
쁘레아뷔히어주는 프놈펜으로부터 북쪽으로 294km 떨어져 있으며 6, 64번 국도로 연결된다. 총 면적은 14,031㎢ 이고 인구는 170,897명이다. 행정구역은 7개군, 49개면, 208개 마을로 나뉘며 주청소재지는 뜨벵 미은쩨이 이다. 동쪽으로 우더미은쩨이, 시엠립, 남쪽으로 껌뽕 톰, 서쪽으로 스떵뜨라엥 주와 접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태국과 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쁘레아뷔히어주는 크메르왕국의 서기 928~942 당시 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꺼 께 지역의 일부였던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역에는 수많은 사원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대표적으로 쁘레아뷔히어 사원이 있으며 이외에도 꺼 께 사원, 노리어이 사원, 쁘레아 칸 사원, 따 모안 사원 등이 있다. 현재까지 꺼 께 지역에는 약 96개의 사원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중 가장 유명하고 최근 신문에도 자주 오르내리면서 한국인의 눈과 귀에도 익숙한 사원은 바로 쁘레아뷔히어 사원이다. 쁘레아뷔히어 사원은 주도시 뜨벵 미은쩨이에서 북쪽으로 108km 지점에 태국과의 국경지대에 자리 잡은 덩렉 산의 고도 625m 지점에 건축되어 있다. 이 사원은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4명의 왕에 의해 건설됐다. 이 사원은 힌두교의 시바신을 기리기 위해 건설됐으며 4개 구획으로 나뉘고 탑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 사원은 크메르 건축예술양식의 대작이라고도 불린다. 이 사원의 석재조각 수준과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과의 어우러짐이 이곳을 천상의 낙원과 같이 보이게도 한다. 당시에는 현대와 같은 건출 기술 없이 순수한 노동력으로만 이 사원을 건축했으니 그 아름다움이 더욱 신비로와 보인다. 현재까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미스테리로로 남아 있는 것은 어떻게 사람의 힘으로 산 정상까지 돌덩이 수천개를 운반해 사원을 건설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사원 내부는 텅 비어있는데, 과거 태국으로부터 고대 크메르 조각술로 새겨진 석상들이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쁘레아뷔히어 사원을 두고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은 서로 치고받았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1907년 3월 23일 프랑스와 태국 간의 국경조약으로 인해 이 지역과 사원은 캄보디아의 주권 하에 돌아오게 됐다. 지난 1954년 태국은 무력으로 쁘레아뷔히어 사원을 빼앗지만 이후 1962년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출한 소장에 의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2008년 7월 8일 유네스코는 쁘레아뷔히어 사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이 사건이 얼마 전 태국과의 국경분쟁을 발생시킨 계기가 됐다.

위와 같이 쁘레아뷔히어 사원은 캄보디아와 태국 양국 관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다. 지난 2008년 7월 15일 태국 승려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쁘레아뷔히어 사원에서 명상을 한 사건이 있었다. 캄보디아 당국은 이들을 불법국경침입죄 혐의로 체포한 후 협상 뒤에 당일 훈방조치했다. 사실 이 승려들은 태국 군이 분쟁지역에 군사를 배치하기 위해 사용한 술책일 뿐이었다. 이후 이 지역에서 대립중인 양국 군 사이에 발생한 수차례의 총격전으로 인해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낳았고 주변 민가와 시장에도 피해를 발생시켰다. 또한 양국이 서로에게 쏜 총격으로 인해 쁘레아뷔히어 사원 내부가 일부 파괴되기도 했다. 양국 군대는 현재까지 분쟁지역에서 주둔하고 있으며 해결책 모색을 위해 양국 군사 수뇌부가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태국에서 쁘레아뷔히어 사원으로 향하는 길이 캄보디아측 길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다. 태국 쪽이 훨씬 더 가까우며 경사가 급하지도 않다. 반면 캄보디아측에서 접근하려면 굉장히 미끄럽고 웅덩이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최근 TV 방송국에서 실시한 모금 등으로 인해 도로가 포장되고 있다. 쁘레아뷔히어 사원은 오전 5시에서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2.5이다. 아직까지 관광 인프라는 부족해 일박 $5의 게스트하우스와 캄보디아 음식만을 판매하는 현지식당들만 있다.

과거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던 꺼 께를 연상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적에는 대표적으로 꺼 께 사원이 있다(사진). 꺼 께 사원은 35m 높이의 피라미드 모양의 사암 건축물로서 캄보디아의 ‘피라미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원은 쁘레아뷔히어 주도시에서 서쪽으로 49km 떨어져 있다. 사원 정상에 오른 방문객들은 덩렉산, 쁘벵산, 꿀렌 지역이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에 한 번 놀라곤 한다.  현재는 사원 전체가 잔디로 뒤덮여 있다.

쁘레아 뷔히어 사원은 빽빽한 정글로 뒤덮인 캄보디아의 오지이다. 그러나 이 정글 속에는 수  천 개의 사원들이 아직도 숨어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도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으로 역사의 저 편에서 영광을 누렸던 캄보디아를 탐험해 보고 싶다면 꼭 한번 쁘레아뷔히어 사원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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