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길 칼럼 - 사장님, AI가 합니다] 설명하지 마십시오. 그려서 보내십시오.

기사입력 : 2026년 09월 29일

만들어 줘도 안 읽습니다. 글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장에서 아무도 받아적지 않습니다.
고개는 끄덕입니다. 이해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긴 글을 읽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글로 만든 매뉴얼은 처음부터 도착하지 않습니다.

지난 회까지

1회. 지시를 문서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2회. 좋은 지시는 역할·맥락·형식 셋입니다.
3회. 한 줄 지시로 3개 국어 공지를 만들었습니다.
4회. 크메르어 공문을 출처와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회는 사장 입에 있는 절차를 현장이 보는 그림으로 만듭니다.

지난달 신입에게 서류 접수 순서를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종이로도 만들어 줬습니다.
크메르어 번역까지 붙였습니다.
오늘 아침 그 직원이 다시 묻습니다.
종이는 서랍에 있습니다. 접힌 채로 있습니다.

직원이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그 종이를 읽지 않은 것입니다.
읽지 않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글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장을 떠올려 보십시오.
받아적는 직원이 없습니다.
고개는 끄덕입니다. 알아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되묻지도 않습니다.
윗사람에게 되묻는 것은 실례라고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긴 글을 읽는 훈련을 받은 세대가 아닙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그 위에 글을 얹은 것입니다.

현장은 앉아서 일하지 않습니다.
고객 앞에 서 있습니다.
문장 스무 줄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3초 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사장이 만든 것은 문서입니다.
현장이 필요한 것은 그림입니다.
둘은 다른 물건입니다.

그림은 사장이 못 그립니다. 이제 AI가 그립니다.

지금까지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파워포인트를 열어야 합니다.
도형을 놓고 화살표를 잇습니다.
두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글로 썼습니다.

이제 말로 시킵니다.

보이스 버튼을 누르고 절차를 말합니다.
그다음 한 줄을 더 말합니다.
글로 쓰지 말고 그림으로 그리라고 말합니다.
화면에 도해가 그려져 나옵니다.

chokchey1▲글로 된 한 장은 서랍에 들어간다. 그림으로 된 한 장은 벽에 붙는다.

그림을 시키는 말은 다섯 줄입니다.

문장으로 쓰지 말고 단어만 쓰라고 합니다.
순서는 번호와 화살표로 그리라고 합니다.
하는 것과 하지 말 것을 두 칸으로 나누라고 합니다.
한 장에 다 넣으라고 합니다.
글자를 크게 하라고 합니다. 서서 보는 사람이 읽습니다.
이 다섯 줄이 없으면 AI는 또 글을 씁니다.
2회에서 말했습니다. AI는 눈치가 없습니다.

chokchey2▲말로 절차를 넣고, 그림으로 그리라고 한 줄 더 말한다.

그림은 번역이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뜻밖의 것이 따라옵니다.
번역할 것이 거의 없습니다.

화살표는 어느 나라 말도 아닙니다.
번호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그라미와 가위표도 그렇습니다.
남는 것은 라벨 몇 단어뿐입니다.

글로 된 한 장은 스무 줄을 번역합니다.

그림으로 된 한 장은 단어 열몇 개를 번역합니다.
현지 직원 검수도 그만큼 짧아집니다.
그림 속 크메르 글자는 사람이 확인합니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AI에게 그림을 이미지로 만들게 하면 크메르 글자가 깨집니다.
글자가 아니라 무늬로 나옵니다.

그래서 화면에 그려주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글자가 글자로 남습니다.
그다음 현지 직원 한 명에게 보여줍니다.
단어 열몇 개입니다. 1분이면 끝납니다.
그림은 AI가 그립니다. 글자는 사람이 봅니다.

따라하기 — 30분 3단계
1단계. 이번 주 두 번 이상 설명한 절차 하나를 보이스 버튼에 대고 5분간 말합니다.
2단계. 글로 쓰지 말고 그림으로 그리라고 말한 뒤 위 다섯 줄을 붙입니다.
3단계. 크메르어 라벨을 현지 직원에게 1분 확인받고 화면을 캡처해 텔레그램에 올립니다.

이렇게 말하세요 (보이스 예문)
지금 말하는 절차를 신입용 안내 한 장으로 만들 거야. 대상은 입사 1주차 현장 직원이고 대부분 크메르어만 읽어.
글로 쓰지 말고 그림으로 그려. 문장 쓰지 말고 단어만 써.
순서는 번호와 화살표로 그려. 하는 것과 하지 말 것은 동그라미 칸과 가위표 칸으로 나눠.
한 장에 다 넣고 글자는 크게 해. 서서 보는 사람이 읽어.
라벨은 한국어와 크메르어를 나란히 넣어. 이미지로 만들지 말고 화면에 그려.
자, 이제 말할게. (여기서부터 5분간 편하게 말합니다)

chokchey3▲문장이 사라지고 번호와 화살표가 남는다. 번역할 것은 단어 열몇 개뿐이다.

고객 실명과 계좌번호는 말하지 않습니다.
절차만 말합니다.

나온 그림은 텔레그램에 올립니다.
이번에는 벽에도 붙습니다.
그림이면 벽에 붙일 값이 있습니다.

다음에 같은 질문이 오면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냅니다.

한 주에 한 장이면 1년에 50장입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매뉴얼이 되지 않습니다.
그림 한 장이 쌓여 매뉴얼이 됩니다.

직원이 안 읽은 것이 아닙니다.
읽을 수 없는 것을 준 것입니다.

점검 포인트
하나. 지난번에 만들어 준 종이를 직원이 실제로 펼쳤습니까.
둘. 그 한 장에 문장이 몇 줄 들어 있습니까.
셋. 직원이 그림만 보고 순서를 되말했습니까.

다음 회. 직원이 올린 엑셀은 기록입니다. 분석이 아닙니다. 파일 하나를 올려 매출 흐름과 이상 징후를 읽는 방법을 다룹니다.

사장님, AI가 합니다-1

박천길
캄보디아 소액금융사 ChokChey Finance PLC 대표이사.
주캄보디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 부회장, 캄보디아 소액금융협회(CMA) 이사.
삼성카드·현대카드에서 금융 실무를 익혔고, 연세대 MBA를 마쳤다.
현재 270여명의 현지 직원과 함께 일하며,이 연재의 모든 방법을 회사에서 직접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