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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굴레에 빠진 캄보디아 농민들, ‘농생태학’에서 돌파구 찾는다
▲깐달주의 한 농부가 밭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캄보디아 농촌이 현대 농업의 높은 비용과 낮은 수확량,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생태학적 농업(agroecology farming) 전략을 도입했다.
지난달 말, 약 70명의 농민, 어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현대의 식량 체계 위기에 대한 이해, 지역 식량 체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지역사회와 농민운동의 대응”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국내외 비영리단체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포럼은 지역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을 분석하고, 농부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한편,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 식량 체계와 지역 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방안을 논의했다.
포커스 온 더 글로벌 사우스의 루어 소콘티 공동대표는 대규모 투자와 토지 수탈, 벌목, 광산 개발 등으로 인한 천연자원 손실이 지역의 식량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학비료와 농약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사람과 가축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토질을 떨어뜨리며, 환경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농촌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했는데,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부족한 기술 지원, 그리고 홍수나 가뭄 같은 기상 상태가 이들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깜뽕츠낭주 안찬 루엉 사마이트마이 여성농업협동조합의 서기를 맡은 농부 히 속찬은 대기업들이 농산물 공급망과 농자재들을 장악하며 소농들이 식량 체계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적인 화학 농업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생활이 나아진 경우를 본 적이 없다”라며, 농민들이 자신의 지역 자원을 다시 구축해야만 이러한 의존과 만성적인 경제적 부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 부모 세대가 전통적인 농업 방식으로 1년에 한 번만 농사를 지었지만, 빚에 전혀 시달리지 않았고 쌀을 저장해 둘 곳간까지 있었는데, 오늘의 농민들은 1년에 3차례나 수확함에도 곳간은 비어 있고 빚만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농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깐달주의 한 농부가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다.
속찬의 지역사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에게 친환경 또는 농생태학적 농업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식량 체계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으로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이들은 농업에 필요한 자금을 서로 빌릴 수 있도록 공동 저축기금도 운영하고, 자체적으로 종자를 보관하고 천연비료와 천연 농약 방제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또한, 매년 종자 축제를 열어 지역의 다양한 작물 품종을 공유하고 복원하며 보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연농업으로 전환하며 이들은 가장 먼저 농산물을 헐값에 판매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부채의 굴레에서도 벗어났다. 판매하지 못한 농산물은 직접 먹거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한다. 그는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된 농산물을 더 비싸게 팔지도 않고, 가격도 불안정하지만, 비료와 화학물질 사용이 적어 농사에 드는 비용 자체가 줄면서 경제적 위기에 빠지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옴 삼몰은 빠일린주에서 토지 관련 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들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현대의 상업용 종자는 농부들이 직접 채종할 수가 없기에, 농부들이 농사철마다 계속 대기업의 종자와 농자재를 구매해야 하는 의존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상업용 종자와 농자재는 비싼 가격에 비해 농산물의 가격은 매우 낮게 책정된다. 삼몰은 기업과 지방 당국이 농민들에게 비싼 화학 농자재를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산림 훼손으로 인한 기후변화, 토지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 화학물질과 관련된 질병, 국가 의료지원 부족 등이 겹치며 주민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년 8월 21일 프놈펜에서 열린 포럼에 약 70명의 농민, 어민, 국내외 비영리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뿌삿주의 랑펜 베이 또 어업공동체의 치앙 대표는 화학 처리된 종자와 비료,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 방식이 물, 토양, 불, 공기 등 자연의 기본 4 요소와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3헥타르 규모의 농장을 벼와 채소, 가축을 함께 기르는 복합적 자연농업 농장으로 전환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을 확산하고, 가족의 건강과 경제적 상황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치앙은 젊은 세대가 현대적인 화학 농업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식 농기계와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화학 농자재가 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영양가 낮은 식품과 건강 악화라는 대가가 따른다.
그는 “자연농업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농생태학이 건강과 경제,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모든 현대 기술을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자연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GRAIN 아시아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 아프사르 자프리는 자신의 고국인 인도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기업 중심의 농업 모델에 저항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구 14억 명 중 약 70%가 농업에 의존하는 인도는 약 8억 명의 농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며, 그중 상당수가 여성이다. 이들은 인도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약 3분의 2를 생산한다.
그러나 농업 의존도가 높은 인도에서조차 농민들은 “이윤에 굶주린 기업들”에 자원, 물, 종자, 산림 등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자프리는 유럽에서 시작된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를 비롯한 여러 제도로 종자가 사유화되고, 기업 육종가들에게 광범위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한편, 전통적인 종자 사용 농업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UPOV가 농민들의 종자 저장과 교환, 공유, 재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를 어기면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프리는 농민들이 농생태학적 농업으로 식량 주권을 되찾는 것이 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단일 작물 재배와 유전자변형생물체(GMO)를 강조하는 기업의 농업과 달리, 농생태학은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방식을 장려한다. 또한, 농생태학은 여성을 정당한 농업 생산자로 인정하고 여성의 토지권을 보호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직접적인고 투명한 관계를 구축하지만, 기업 중심의 농업은 농민들을 값비싼 농자재에 의존하는 단순한 구매자로 전락시키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