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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의 한국에서 드리는 편지] 혈액학(Hematology, 치음위띠야)으로의 초대
존경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캄보디아 생활을 마치고 경희의료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서정호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저의 한 달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의 제목은 `혈액학으로의 초대`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혈액학이라는 분야에 새로이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KOICA 를 통해, 국립어린이 병원과 헤브론 병원에서 혈액학 환자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흔한 혈액학 질병인 철결핍성 빈혈, 한국에서는 한 번도 못 보았는데 캄보디아에는 정말 많은 선천성 빈혈(탈라세미아), 주로 연세 드신 분들에게 나타나는 골수 증식 질환(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증가증), 예전에는 불치병이었으나 이제는 먹는 알약으로 정상인과 같은 생활이 가능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어린 아이들에게 생겨 골수이식만이 완치의 길이지만 치료가 불가능해 안타까운 재생불량 빈혈,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여 혈액암 중에서는 희망이 있는 악성림프종, 캄보디아에서 한 분 만날 수 있었고, 한국에서도 드물지만 고가의 치료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등등 다양한 환자분들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그것도 대학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제가 접한 혈액학은 캄보디아에서 경험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단 최신의 검사들을 충분히 할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진단검사의학과(줄여서 진검이라 부름, 예전에는 임상병리과라고 불렀음)의 역할이 컸습니다.
여러분은 진단검사의학과에 대해 어떻게 알고 계세요?
병원의 과들을 크게 나누면 진단을 하는 과와 치료를 하는 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중의 뭐가 더 어려운가 혹은 중요한가 라고 물으시면 저는 진단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진단은 일종의 `판결` 혹은 `선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이 분은 이 병으로 확실히 진단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치료를 해야 합니다. 라고 진단(판결, 선포)해 주십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은 얼굴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뭐 하나 똑같은 것이 없습니다(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요). 그런 다양한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병들을 우리가 아는 질병이라고 부르는 분류 체계(Category) 속으로 집어 넣어 분류(Classification)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혈액학에도 수많은 병들이 있습니다. 크게는 양성 혈액질환(Benign Hematologic Disease, 쭘응으 슬로욷 캉 치음)가 있고 악성 혈액질환(Malignant Hematologic Disease, 쭘응으 까아 캉 치음) 이 있습니다. 양성은 착한(슬로욷) 병으로서 이 병으로 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악성은 나쁜 병으로서 생명을 위협합니다.
진단검사의학과에서는 특히 혈액학적 질병들을 진단해 주시는 고마운 과입니다. 저는 경희의료원에 들어가자마자 진검에 찾아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공의 시절 혈액학 질환을 잘 가르쳐 주시던 진검 교수님이 기억이 나서입니다.
진검 교수님들은 저를 환영해 주시며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두유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과장님은 제게 그간 혈액학 교수님이 한 분이셨는데 한 분 더 오게 되어 다행이라고 저를 격려해 주셨습니다.‘저는 사실 교수는 아니고 혈액학에 대해 잘 몰라서 배워야 하는데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진검 과장님은 당신께서도 배우면서 일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언제든지 궁금하면 와서 같이 의논해 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골수 검사를 하거나 피검사에서 백혈병이 의심된다거나 한 경우 바로 10층 진검 의국으로 달려 갔습니다. 제가 아침에 채취한 골수 검체가 이미 염색이 되어 현미경을 통해 저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과장님은 골수 판독이 전공이십니다. 이 세포는 골수아세포(백혈병세포, myeloblast) 입니다. 이 세포는 형질세포(다발성골수종, plasma cell) 입니다. 이 세포는 거대핵세포(혈소판의 모세포, megakaryocyte) 입니다. 그리고 사진도 찍어서 제 카톡으로 보내 주셨는데 이는 마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달이 지나 갔습니다. 그간 골수 검사를 4건 정도 했고 급성 백혈병 환자분 두 분을 만났고 다발성 골수종 환자분을 두 분 만났습니다. 악성 혈액질환 환자분을 벌써 네 분이나 만난 것입니다. 한국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연세 드신 분들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혈액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양성 혈액질환 환자분들은 주로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했습니다.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분에게는 철분 제제를 드리고 여성 분들은 산부인과 진료를 의뢰했습니다. 혈구 증가증 환자분들은 담배나, 약물에 의한 경우도 많아서 자세하게 물으며 원인을 찾고자 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 전단계(MGUS, Monoclonal Gammopathy of Undetermined Significance) 혹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전단계(MBL, Monoclonal B Lymphocytosis) 분들은 3개월 혹은 6개월 후에 피검사를 다시 해 보자고 말씀 드리면서 건강하게 지내시도록 권면하고 기도해 드렸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님의 피가 중요합니다. 피에 우리의 생명이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피 안에는 부활의 능력과 영생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혈액학을 전공하며 피에 문제가 있는 분들을 도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직은 지식도 경험도 부족하지만 차근차근 배워 가고자 합니다.
캄보디아에서도 기본 혈액검사 (CBC, Complete Blood Count)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가능하니 혹시 빈혈은 없으신지 백혈구나 적혈구 수치는 정상이신지 일 년에 한 번씩은 검사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혈액학으로의 초대’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골수 검사로의 초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문의 사항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한국에 오시면 경희 의료원 방문해 주세요.
연락처: 010 9478 7289 (카톡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