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포스트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호찌민 매경 글로벌포럼에서 캄보디아의 가능성을 짚어보다

기사입력 : 2026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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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봉제에서 AI·반도체·에너지로 진화한 베트남… 캄보디아도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시험대

매경미디어·KOTRA·베트남상공회의소(VCCI)가 주최하는 제34회 매경미디어 글로벌포럼이 5월 20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국·베트남 국가 도약을 향한 동행’을 주제로 제조 AI, 첨단 제조업 육성 전략, 디지털 전환, 에너지 인프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은 베트남 투자환경 및 첨단산업협력, K-비즈니스 성공사례, 한·베트남 경제인 오찬 일정으로 진행됐다.

지난 34년 동안 한·베트남 경제 관계는 교역과 투자 양면에서 빠르게 고도화됐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고 2025년 양국 교역액은 약 895억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 부문에서도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직접투자국으로 누적 등록 투자액이 940억 달러를 넘고 유효 프로젝트도 1만 건 이상에 달한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개회사에서 베트남이 ‘포스트 도이모이’ 시대를 맞아 지속 가능한 경제 대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K의 3조 원 규모 LNG 발전소 착공, 현대로템·롯데의 호찌민 메트로 2호선 무인 전동차 공급, 한국전력과 두산의 베트남 원전 사업 도전 등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이 에너지 인프라와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베트남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매경 글로벌포럼이다. 2007년과 2017년에는 하노이에서 개최됐고 호찌민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변화는 한·베트남 경제 협력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7년 포럼이 베트남의 WTO 가입 직후 초기 투자 유치와 노동집약형 제조업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2017년 포럼은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전자·부품 중심의 제조 고도화를 다뤘다. 2026년 호찌민 포럼은 AI, 첨단 제조, 녹색 에너지, 디지털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이 한 단계 더 고도화됐음을 보여준다.

베트남도 처음부터 첨단산업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섬유·봉제·신발 등 노동집약형 제조업에서 출발해 전자, 부품, 물류, 금융, 정보기술 분야로 산업 구조를 넓혀 왔다. 이제는 AI,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협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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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산업 전환은 캄보디아에도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캄보디아는 과연 ‘포스트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캄보디아의 현재 모습은 과거 베트남의 출발점과 닮아 있다. 캄보디아 역시 오랫동안 농업과 의류·신발·여행용품 등 노동집약형 산업에 크게 의존해 왔다. 낮은 인건비와 젊은 노동력, 전략적 입지, 달러 사용 경제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동시에 숙련 인력 부족, 산업 기반 취약, 물류비 부담, 전력 및 인프라 문제, 부품·소재 생태계 미비 등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23년 훈 마넷 정부 출범 이후 캄보디아가 자동차와 전자기기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캄보디아 정부의 자동차·전자 부문 개발 로드맵은 캄보디아를 지역 및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한 자동차·전자 부품 제조 허브로 전환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있 다. 이 로드맵은 단순 부품, 조립, 이륜차 조립에서 출발해 장기적으로는 복합 자동차 부품, 고부가가치 전자 조립 및 설계로 나아가는 단계적 발전 방향을 담고 있다.

이는 캄보디아가 베트남의 산업 발전 경로를 일정 부분 참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이 저임금 제조업을 발판으로 첨단 제조와 기술 협력 단계로 이동했다면 캄보디아도 의류·신발 중심 산업 구조를 넘어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디지털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산업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베트남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산업 전환이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2007년 WTO 가입 이후 섬유·의류·신발 등 노동집약형 산업을 기반으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였고 이후 전자, 스마트폰, 부품, 물류, 금융, 정보기술 분야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 투자와 함께 수천 개의 협력사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동반 진출하면서 현지 제조 기반이 두터워졌다. 여기에 전력, 항만, 도로, 산업단지,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되며 베트남은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은 캄보디아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준다. 저렴한 인건비만으로는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베트남이 성장한 배경에는 노동력뿐 아니라 정부의 산업 전략, 대규모 외국인 투자 유치, 산업단지 개발, 현지 인력 양성, 글로벌 기업과 협력사의 동반 진출,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함께 작용했다. 캄보디아가 ‘포스트 베트남’을 꿈꾼다면 단순히 생산비가 낮은 나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캄보디아가 베트남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베트남은 1억 명에 가까운 인구, 대규모 내수시장, 두터운 제조업 생태계, 다수의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와 숙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캄보디아는 시장 규모가 작고 산업 집적도와 숙련 인력 기반이 아직 약하다.

그러나 규모의 차이가 가능성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캄보디아는 베트남의 성장 이후 나타난 인건비 상승, 산업 과밀, 공급망 집중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지로 주목받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이후의 생산 거점을 찾는 흐름 속에서 캄보디아는 ‘작지만 전략적인 보완 거점’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을 단순 경쟁국이 아니라 참고 모델이자 연결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이 이미 고도화된 제조·기술·금융 협력 단계에 올라섰다면 캄보디아는 그 다음 단계의 분산 생산, 보완 공급망, 신규 산업 실험지로 기능할 수 있다. 예컨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일부 공정이나 부품 생산, 노동집약적 단계, 농식품 가공, 물류·서비스 확장 등을 캄보디아와 연계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매경 글로벌포럼은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무대를 다루지만 캄보디아 한인사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베트남의 변화는 아세안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기준이 더 이상 ‘저렴한 인건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한국 기업이 선택하는 국가는 인건비뿐 아니라 전력 안정성, 물류, 디지털 인프라, 정책 신뢰도, 숙련 인력, 현지 파트너십, 세제 혜택, 정부의 산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캄보디아가 ‘포스트 베트남’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베트남의 과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베트남이 이미 올라선 산업 단계와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동시에 읽어야 한다. 의류·신발 중심의 기존 산업을 유지하되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디지털 산업, 친환경 에너지, 농식품 가공, 물류 등으로 산업 지도를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캄보디아가 ‘포스트 베트남’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베트남의 오늘은 캄보디아의 내일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참고서가 되고 있다. 이번 매경 글로벌포럼이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무대를 다룬 행사였다면 캄보디아 한인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그 다음이다. 베트남이 지나온 길을 참고하되 캄보디아만의 산업 전환 전략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 질문이 지금 캄보디아 경제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