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00화 신성한 하누만으로 추앙받는 캄보디아 원숭이

기사입력 : 2022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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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최근 원숭이 두 마리가 집 베란다까지 난입해서는 방충망을 통해 집안을 쬐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뭘까 생각하기 전에 처음 당한 일이라 놀랍기만 해서 눈을 씻고 다시 보기 바빴다. 인간이 되려다가 진화가 덜됐다는 원숭이 녀석들이 이렇게 민가에도 출몰하는가보다. 숲이 조성된 왓프놈(Wat Phnom) 같은 사원에서 논답시고 나무마다 매달려서는 요리조리 관광객을 놀리면서 장난칠 일이지 여기까지 웬 말인가? 넋이 나간 인간을 뒤로 하고는 아무 해명도 없이 그들은 이웃집 지붕으로 점프해서는 날렵하게 사라졌다.

캄보디아에서 원숭이하면 제일 먼저 『르카온카올』이라는 가면극의 위대한 하얀 원숭이 “하누만”이 떠오른다. 인도신화에 따르면 비슈누 신이 여러 신들의 요청에 따라 막강한 악마 ‘라바나 대마왕’을 제압하기 위해서 인간계의 라마 왕자로 출현했다. 그때 여러 신들도 다양한 동물의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비슈누 신의 전투를 도왔다고 한다. 특히 라바나 대마왕은 한때 시바 신에게 무례를 범한 전력으로 원숭이에게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저주를 들은 바 있다. 이러한 저주에 호응하듯이 라마 왕자는 최고의 조력자로 원숭이 왕국의 군대와 하누만 장수를 싸움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수정됨_100-02▲ 라바나 대왕의 여동생이자 인어들의 여왕 ‘쏘반마차’와 사랑에 빠진 하누만

당시 원숭이 왕국의 왕 ‘발리’는 동생 ‘수그리바’를 크게 오해해서 무서운 형벌에 처했다. 이에 수그리바는 충실한 부하장수 ‘하누만’을 비롯한 소수의 무리만 이끌고 왕국을 탈출했다. 이러한 정황을 알았던 라마 왕자는 그의 복수를 돕기로 하고 발리를 화살을 쏘아 죽였다. 죽기 전에 라마 왕자로부터 다르마(dharma; 정의)를 깨우친 발리는 아들에게 복수하지 말고 라마 왕자를 도우라고 유언했다. 씨엠립 앙코르와트의 남서코너에는 이러한 장면을 장렬하게 묘사하는 부조가 있다. 분명 원숭이는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교활하다고 지적되지만 비슈누 신의 화신으로부터 설복되어 가장 충실한 군대로 거듭났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하누만은 하얀 원숭이로 캄보디아 왕립군대(RCAF)를 상징하는 마크에 등장한다. 물론 라마야나 이야기에서 이름자가 언급된 원숭이들은 족보상으로 신계에서 출발한다. 하누만도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로서 수그리바의 부하 가운데 가장 실력있고 믿음직한 장수로 꼽힌다. 사절단으로 하누만을 처음 대면한 라마 왕자도 그의 언변과 학식에 감복했을 정도이다. 하누만의 훌륭한 기지와 초월적인 능력은 악마 군대와의 대전에서 그를 천군만마에 대적하게 함으로써 라마 왕자는 라바나 대마왕을 처단할 수 있었다.

한편 작년 기사는 왓프놈 근처 주민이 원숭이로 인한 피해를 토로하는 내용을 전했다. “옷, 전화, 음식, 아이들의 학습 자료를 포함한 많은 소지품을 원숭이들이 가져갔다. 그들은 경계가 없으며 민가에 들어가 물건에 손대고 재산을 손상시킨다.”라고 말했다. “휴가 갈 때면 집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침입할까봐 걱정된다. 특히 전선을 엉망으로 만들어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 지난날 베란다 방충망을 살피던 녀석들의 속셈이 바로 이것이었다. 기사 헤드라인에서 불량배로 전락한 원숭이의 낯이 참으로 간지럽겠다싶다.

수정됨_100-03▲ 가면극 『르카온카올』에서 하누만이 악마 장수를 무찌르는 장면

캄보디아에서 원숭이가 신성시되니 사원이고 어디고 출입을 허용할 만큼 그네들의 활동 반경은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된 양상이다. 하누만의 이미지는 상품화됨으로써 의류용품이나 패션소품에서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에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끌 속셈으로 어린 원숭이를 괴롭히는 영상이 유포돼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캄보디아어의 욕말 중에도 원숭이가 쓰이는데, “아스와!”는 원숭이자식이라는 뜻으로 한국어에서 ‘개자식’ 정도의 뉘앙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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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