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50화 바탐방 지방의 전설 “프놈썸뻐으” 이야기

기사입력 : 2020년 11월 20일

수정됨_50-02▲ 배의 형상을 닮은 ‘프놈썸뻐으(Phnom Sampov)’의 모습

바탐방주의 바넌지구(Banan District)에는 ‘프놈썸뻐으(Phnom Sampov)’라는 다소 높은 언덕 내지는 산봉우리가 하나 있다. 꼭대기에는 사원이 있고 근처의 동굴은 크메르루즈의 킬링필드로 현재는 영령들을 위한 사당과 신상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프놈썸뻐으 초입에는 ‘박쥐동굴’이 있어서 저녁 5시 무렵부터 관광객들이 먹이를 찾아 떼지어 나오는 박쥐들의 비행을 지켜보려고 모여든다. 그리고 인근의 평지에는 약간 높이의 언덕과 산봉우리가 제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전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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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캄보디아-태국 국경인 덩라엑(Dang Reak)산에 왕국이 있었던 때이다. 왕과 왕비의 유일한 왕자 ‘리엇쩌꼴(Reachkol)’은 16세때 배움을 위해 은둔자의 숙소에서 살게 되었다. 숙소 뒤편의 숲은 출입이 통제되었는데, 어느날 은둔자가 외출한 사이에 왕자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가고 만다. 거기서 신분이 천했던 아름다운 여인 ‘쏘완메아싸(Sovann Maksa)’를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에게는 알에서 부화할 때부터 키워왔던 말하는 악어 ‘아톤(Athun)’이라는 영민한 애완동물이 있었다.

리엇쩌꼴 왕자는 배움이 끝나자 왕궁으로 돌아가면서 쏘완메아싸에게 조만간 청혼하러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부모는 이웃 왕국의 ‘롬싸이썩(Rom Saysak)’ 공주와 혼인할 것을 강요했고 부왕의 분노에 맞설 수 없었던 왕자는 결국 따르기로 한다. 이에 쏘완메아싸는 복수를 결심하고, 왕자가 결혼식을 위해서 공주의 왕국으로 배를 타고 갈 때, 자신의 애완동물에게 왕자와 일행들을 몰살하도록 명령한다. 배에 탄 사람들은 아톤에게 선처를 호소하며 닭, 오리 및 거북이 등을 공물로 바친다.

noname01▲ 우동 불교 사원의 호수에 조성된 롬싸이썩 공주와 곁에는 포악하게 입을 벌리며 위협하는 ‘아톤’ 악어가 함께 있는 조형물. 프놈썸뻐으 전설의 롬싸이썩 공주는 불교설화 속 “쁘레아 토라니(Preah Thorani)”가 차용됐다. 불교 설화에 따르면, 악마들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 중이던 부처를 방해하려 하자, 대지의 신이 젊은 여성인 쁘레아 토라니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물을 쏟아내어 악마 무리들을 물에 빠뜨려 죽임으로써 부처가 깨달음에 이르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악어는 오직 자신을 키워준 사람의 지시만 따를 뿐이라며 계속적인 위협을 가한다. 이에 왕자는 도움을 호소하는 기도를 올렸고, 인드라(Indra) 신은 롬싸이썩 공주에게 왕자의 위험을 알린다. 그녀는 머리카락으로 땅에 물을 가득 채우게도 혹은 마르게도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신의 메시지를 전해들은 공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어서 어루만지며 강물을 모두 마르게 해버렸다. 땅바닥에는 각종 공물이 흩어진 가운데 아톤은 작렬하는 태양빛에 껍질이 말라가며 고통스럽게 비틀거리다 최후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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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신묘한 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무사했고 왕자는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아톤 악어는 지금의 ‘프놈끄러뻐으(Phnom Kropue)’, 공물로 던져진 닭과 오리는 ‘프놈뚜룽모안과 뚜롱띠어(Phnom Trung Morn and Trung Tea)’, 왕자와 일행들이 탔던 배는 ’프놈썸뻐으’로 변했고, 공주가 머리카락으로 마법을 부렸던 곳은 ‘프놈롬싸이썩(Phnom Rom Saysak)’이라고 불린다. 또한 후환을 없애고자 쏘완메아싸는 처단됐는데, 그녀의 목이 떨어진 곳은 ‘프놈썽끄발(Phnom Song Kbal)’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는 쏘완메아싸의 사악함이 리엇쩌꼴 왕자와 롬싸이썩 공주의 결혼을 부추겼다고 하여 모든 잘못을 쏘완메아싸에게 돌리고 있다. 신의를 저버린 왕자는 지배층으로서 인드라 신의 보호까지 받는데, 미천한 쏘완메아싸는 못 올라갈 나무를 탐했다하여 철저한 징벌로 다스려졌다니 빈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에 몸서리가 쳐진다. 오늘날 쏘완메아싸의 억하심정이 전설이 되어 전할지라도 실제적으로는 국도나 분수대 조형물마다 머리카락을 들어올린 롬싸이썩 공주만이 현모양처의 전형으로서 포악한 아톤 악어와 함께 기려질 뿐이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