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코끼리 테라스에서 부활된 캄보디아 전통 가면극 Lakhon Khol

기사입력 : 2019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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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꼰 꼴 (Lakhon Khol)은 캄보디아 전통 가면극으로 2018년 11월 28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라콘 콜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첫 번째 기념일을 맞이하여, 2019년 11월 28일 목요일 밤 앙코르 유적 내 코끼리 테라스에서 280명의 예술가들이 펼치는 웅장하고 화려한 라꼰 콜 무료 공연을 주최했다.

 

공연이 시작하는 오후 6시 30분보다 훨씬 전인 3시부터 코끼리 테라스에는 자리를 맡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퇴근시간인 5시 전후에는 앙코르 톰으로 향하는 수 만대의 차량, 오토바이들로 시내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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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포엉 사코나 캄보디아 문화부 장관의 개회사로 포문을 열었다. 11월 18일에 사망한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중 하나인 압사라춤의 계승자 노로돔 보파 데비 공주에게 경의를 표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개회사는 인류에게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 보호 및 유지하는 데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문화부 문화유산국 국장 프락 소반나라는 현재 캄보디아에 3개의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유산(앙코르, 프레야비히어, 삼보프레이쿡)과 5개의 세계무형문화유산(압사라춤, 스벡 톰 가죽 그림자 연극, 크메르 줄다리기, 참페이 동 벵 악기 연주, 라콘 꼴 가면극)이 등재되어 있는데, 앞으로 8개의 잠정유형문화유산과 3개의 잠정무형문화유산이 추가로 등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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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참페이 동 벵 연주를 시작으로 스벡 톰 가죽 그림자 연극과 압사라 춤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메인 공연인 라콘 꼴 가면극이 상영되었다.

 

라콘 꼴은 9세기 앙코르 제국 수도를 꿀렌산에서 반티아이 크데이 사원군 내 ‘하리하랄라야’ 지역으로 옮긴 시점에 처음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자야바르만 7세 사후 수코타이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지금의 프놈펜 지역으로 이동하며 이 유산의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라콘 꼴은 20세기 시소야스(Sisowath)왕 대에 부활하여,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인 1948년 노로돔 시아누크 왕이 칸달 지방(라콘 꼴 왓 스베이 안데)을 방문하여 강우와 평화를 위한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부흥하게 된다.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이 가면극은 최근 수도승 및 지역 청년들의 주도로 기록 작업이 진행되었다. 라콘 꼴 왓 스바이 안데 공동체는 전쟁, 가난, 이주 등으로 이 소중한 전통이 처한 위협을 우려해 정부와 함께 긴급보호목록 등재를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실이 작년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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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콘 꼴 가면극은 인도 힌두교 신화인 라마야나의 캄보디아 버전으로서, 비슈누 신의 환생으로 추앙받는 라마왕이 마왕 라바나를 물리친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캄보디아 버전의 라마야나는 Reamker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널리 알려져 왔는데 기존 라마야나 내용 일부와 조금 차이가 있다. 왕위를 물려받기로 한 왕자 리마는 부인인 시타와 동생인 락슈마나를 데리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의 부인 시타가 악마 라바나에게 납치되자 리마는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원숭이 왕자 하누만의 도움을 받아 부인 시타를 구출하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선을 캄보디아로, 악을 참파왕국으로 대입하여 국민들을 전쟁에 참여시키거나 쿠데타를 통한 집권 등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 활용되었다고 한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수 만명의 사람들은 공연이 열린 코끼리 테라스를 배경으로 무용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공연장 뒤쪽에 마련된 간이 포장마차에서 함께 온 친구들과 야식을 나누어 먹으며 공연의 마지막 여운을 즐겼다. 새삼 캄보디아가 가진 문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