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믿을 만한 도우미 없나요?

기사입력 : 2011년 10월 17일

 “도우미를 좀 구해 주세요. 일은 못해도 좋으니까 속이거나 훔치는 애만 아니면 돼요.”  일 못하는 도우미가 왜 필요하겠는가. 도우미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하고 속이 상한 나머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말이다. 밖에서 일하다가 집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는데 도우미가 주인 옷을 입고 있었다. 도우미의 가방을 열어 보니 평소에 입지 않는 주인의 옷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주인의 옷을 입고 바깥출입까지 했다.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가정 도우미나 직원, 운전기사를 쓰다가 문제가 생겨서 내보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돈이나 물건에 손대는 가정 도우미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 분들도 있고, 쓸데없는 것을 자주 고치거나 기름 값을 속이는 기사 때문에 화가 났다는 분들도 꽤 있다. 믿고 일하던 도우미나 직원이 금품을 털어 도망가는 사례도 종종 있다.
 
 몇 달 전 일이다. 캄보디아에 들어와 선교와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시던 분이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를 찾아오셨다. 그 동안 가정 형편이 어려워 프놈펜에서 학교에 다니거니 일을 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집에서 숙식을 시키면서 도와주고 있었는데 한 달간 한국에 갔다 오는 사이에 집안에 있던 물건을 싹쓸이해 나갔다고 했다. 컴퓨터 같이 값나가는 것은 물론 구두와 혁대, 심지어는 자기들은 쓰지도 팔지도 못하는 인터넷 전화 수신기 같은 소소한 물건까지. 언제든지 편하게 드나들도록 기숙하는 7명 모두에게 열쇠를 복사해 주었었는데 한 명도 전화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잃어버린 물건도 물건이지만 그 동안 성심성의껏 이들을 보살피며 정성을 쏟아 온 사랑이 배신으로 돌아와 너무나 허탈해서 자괴감까지 든다고 하셨다.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많은 분들로부터 일할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부분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을 찾지만 거기에 덧붙여 인성이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사람을 소개해 줄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이 부분이다. 한국말 수준이야 쉽게 판별해 낼 수 있지만 사람 속을 어떻게 읽어 내겠는가. 평소 학교에서 마주치면서 좋은 인상을 받은 학생을 소개해 주었는데 일터에 가서는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판명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사람을 소개해 줄 때마다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추천해 줄 때 마지막 한 마디를 잊지 않는다.
 
 “이 사람의 인성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몇 달간 일을 시키면서 찬찬히 확인해 보세요.”
 
 사람 사는 세상에 어딘들 범죄와 사기가 없을까. 문제는 남을 속이거나 남의 물건에 손대는 일을 하고도 죄의식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잘 해 나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신해 버리는 일이 잦다는 데 있다. 특히 외국인과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시장에 물건을 서러 가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것은 예사다. 대중교통 수단인 모토 택시를 타도 손님이 외국인이라는 걸 알면 우선 두세 배 높은 요금을 요구한다. 몇몇 사람들만의 성정이 아니라 위아래를 막론하고 캄보디아 사람들의 기저에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의식이 그런 듯하다. 문제가 생겨서 경찰에 해결을 요청해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돈만 더 들어가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의보다는 자국민을 우선하는 의식 때문이다. 힘깨나 쓴다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기대서 비즈니스를 하려다가 번번이 깨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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