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런티어 관광’ 악용한 검은 양심 캄보디아‘보육원 주식회사’성행

기사입력 : 2012년 05월 29일

내전의 상처를 딛고 연간 200만 명이 찾는 관광대국으로 거듭난 캄보디아에서 해마다 고아들이 늘고 있는데 고아들 중에는 부모가 멀쩡히 살아있는‘가짜 고아’가 더 많다. 이처럼 가짜 고아가 늘어나면서 엉뚱하게도‘착한 여행’으로 불리는‘볼런티어 관광’이 원성을 사고 있다.
 
 
볼런티어 관광은 여행과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관광으로 의미 없이 놀기만 하는 여행에 회의를 느끼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볼런티어 관광 수요가 높아지면서 여행사들도 잇달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볼런티어 관광 여행사인 프로젝트어브로드는 매년 8000명의 자원봉사자를 전 세계 26개국에 보내고 있는데 캄보디아는 볼런티어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나라다.
 
 
그런데 볼런티어 관광 열풍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왔다. 볼런티어 관광객의 증가에 맞춰 봉사 활동을 할 장소가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수요 공급 불균형의 틈새를 파고든 캄보디아의 사업가들은 보육원을 차리기 시작했다. 보육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고아들이 부족하게 되자 사업가들은 부모 있는 아이들을 고아로 둔갑시켰다. 보육원을 차린 사업가들은 가난한 부모들을 찾아가 자녀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교육까지 시켜주겠다고 꼬드겨 아이들을 보육원으로 데려왔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볼런티어 관광객들은 보육원을 찾아 후원금을 냈고 이러한 후원금의 대부분은 보육원을 차린 사업가와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한 여행사에 돌아갔다. 보육원이 수익성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지난 10년간 고아의 수가 2배로 증가했는데 이들 중 70%는 부모가 있는 가짜 고아다. 부모와 억지로 헤어져 가짜 고아가 된 아이들은 매년 수십 명의 낯선 사람과 만나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보육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외국 여행객들 앞에서 억지로 춤을 추게 하거나 원조를 구걸하도록 시키기도 한다.
 
 
볼런티어 관광의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해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프렌즈인터내셔널(FI) 캄보디아 지부는 유니세프와 함께 ‘반(反)볼런티어 관광’ 캠페인을 벌였다. ‘어린이는 여행상품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캠페인은 서양 여행자들이 유리 상자에 갇힌 제3세계 어린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는 내용의 홍보사진을 앞세워 볼런티어 관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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