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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땅, 공동체를 살린 26년…김기대 선교사 일가상 수상
2000년 캄보디아에 첫발 내디딘 뒤 26년…농업·교육·공동체 잇는 ‘자립의 길’ 걸어
이삭학교 청년들 농촌 지도자·교사로 성장…“과거 평가 아닌 더 책임 있게 살라는 부르심”
캄보디아 농촌에서 26년간 사람을 키우고 땅을 일구며 자립 공동체의 가능성을 만들어온 김기대 선교사(이삭공동체 대표)가 제36회 일가상 농업부문을 수상했다.
김 선교사는 지난 9월 5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제36회 일가상 시상식에 참석해 농업부문 상을 받았다. 올해 사회공익부문에는 강우현 탐나라공화국 대표, 제18회 청년일가상에는 조현식 사단법인 온기 대표가 각각 선정됐다. 김 선교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사와 일가재단 이사회 승인을 거쳐 농업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가상은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일가 김용기 선생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0년 제정돼 1991년 첫 시상을 시작했다. 황무지를 개척하고 농촌 지도자를 길러내는 데 평생을 바친 김용기 선생의 ‘근로·봉사·희생’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김 선생은 1966년 농촌운동과 사회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막사이사이상 사회공익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기대 선교사의 캄보디아에서의 시간은 2000년 시작됐다. 수의학을 전공했던 그는 가족과 함께 캄보디아로 건너와 따께오 지역을 중심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가 세운 이삭(ISAC·Institute for Sustainable Agriculture & Community Development)학교의 출발점은 거창한 개발사업보다 오히려 단순했다. 마을을 책임질 ‘동네 이장’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변화가 한 가정과 마을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그의 사역은 교회나 교육 한 분야에 머물지 않았다. 2003년부터 농업과 교육, 공동체 개발을 연결한 주민 자립 활동을 본격적으로 이어가며 자연농업과 축산, 적정기술을 보급했다. 청년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공동체를 이끌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무게를 뒀다. 일가재단 역시 김 대표가 농업을 단순한 소득 증대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마을을 세우는 기반’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오랜 시간의 결과는 이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 선교사는 수상소감에서 이삭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자연농업으로 채소를 재배하는 한편 유정란을 생산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돼지를 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육가공 공장까지 세워 소시지와 햄 등 제품을 생산·유통하며 지역 안에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가 꼽은 열매는 시설이나 생산량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한때 갈 곳과 희망을 찾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성장해 농촌 지도자가 되고, 교사와 교수, 목회자가 됐다. 이들의 자녀 세대를 위한 교육도 이어지고 있다. 이삭공동체가 캄보디아 따께오 지역에 세운 꿈과미래학교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 김 선교사가 말하는 ‘선교’ 역시 조금 다르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자신들이 꿈꾸는 선교는 건물을 하나 더 세우는 데 있지 않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나고, 땅이 살아나고, 공동체가 살아나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가 지난 세월 캄보디아 농촌에서 찾은 답이었다. 자연농업과 생태적 경제, 교육과 공동체를 각각의 사업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지속가능한 삶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수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지나온 성과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향해 있었다.
김 선교사는 “이 상을 지난 시간을 평가받는 상이라기보다, 앞으로 더욱 책임 있게 살아가라는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와 빈곤, 식량 문제를 언급하며 농촌과 생명,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6년 전 낯선 캄보디아 농촌에 들어와 시작했던 작은 시도는 그렇게 학교와 농장, 일터와 공동체로 조금씩 모습을 바꿔왔다. 그리고 처음 가르쳤던 학생들이 이제는 또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고, 농촌을 지키고, 자신의 공동체를 이끄는 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수상소감의 마지막에서 중국 작가 루쉰이 희망을 ‘사람들이 걸으며 만들어가는 길’에 비유한 말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길이 있어서 걸어온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걷다 보니 뒤따라올 누군가를 위한 길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앞으로도 그 길을 계속 걷겠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끝까지 헌신하겠습니다. 일가 선생님의 생명 존중과 개척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이 땅에서 에덴을 회복하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보낸 26년을 축하받는 자리에서 그가 내놓은 말은 ‘무엇을 이루었다’는 회고보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