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랑하는 까로나 선생님의 ‘이것저것’] 대화해 봅시다, AI에게 좀 더 마음을 열고

기사입력 : 2026년 06월 12일

BandiView_AI에게_자신과_나는_어떤_일을_하는_관계냐고_물었더니_이런_이미지를_만들어냈습니다▲ AI에게 자신과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관계냐고 물었더니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AI야, 000 보고서 작성해줘.” 여러분도 급한 마음에 이렇게 AI에게 몇마디 안 한 후 바로 엔터를 치신 적 있으시죠? 필자도 종종 그럽니다만, AI 서비스를 오래 쓰면 쓸수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AI에게 ‘명령’을 잘 내리는 것보다, AI가 나를 ‘잘 알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좋은 프롬프트 한 줄보다 충분한 대화의 시간이 더 강력한 무기입니다.

 

1. 바로 시작하지 마세요, 먼저 ‘수다’를 떠세요

AI에게 어떠한 업무를 수행할 때 바로 명령을 내리기 보다, 커피 한 잔 옆에 놓고, 먼저 클로드, 제미나이와 이런 시간을 갖습니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이걸 개선하고 싶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나랑 먼저 대화해 줄 수 있어? 이 일의 완성도를 위해 나에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는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자.”

337김치의 주문앱을 AI와 함께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런 ‘상담 / 컨설팅’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자 AI가 알아서 4지선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결제 연동을 하실건지, 고객들은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이 앱의 사용목적과 플랫폼은 무엇인지 등등, 저의 명령어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포인트들을 짚어서 물어보고 해당 프로젝트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을 잠시 (약 10분 정도)가졌습니다. 이 ‘수다’ 과정을 거친 후 클로드는 텔레그램 미니앱 방식을 제안해 줬고, 단계별 로드맵까지 그려줬습니다. 필자가 만약 처음부터 다짜고짜 “주문봇 만들어줘”라고만 했다면 그 과정에 있어서도 많은 착오와 추가 설명, 개정이 필요했겠죠.

이것은 앱 개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고서를 쓰든, 학원 커리큘럼을 구성하든, SNS 홍보 문구를 짜든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명령하지 말고, 현재의 상황, , 현실적인 제약 조건, 최종적으로 원하는 그림을 AI에게 구구절절 털어놓으세요. 조금 귀찮아 보여도 이 ‘사전 대화’에 들인 시간이 이후 수정과 삽질(?)의 시간을 몇 배는 줄여줍니다. 프롬프트 기술을 연마하는 것보다, 상황을 풍부하게 공유하는 습관이 먼저입니다.

 

2. 대화 내용, 반드시 저장해 두세요

AI서비스를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AI 채팅창은 방대해지고 내용도 중구난방이 되어 있습니다. AI 사용으로 인해 편리함은 얻었지만, AI와의 채팅기록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또다른 ‘일’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나요. 제미나이와 나눈 교재개발 관련 대화, 클로드와 나눈 바이브 코딩 대화가 며칠치가 쌓이다 보면, “우리가 왜 이 방식을 택했더라”, “지난번에 어떤 버그를 어떻게 잡았더라”가 가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AI대화를 통해 어느정도 프로젝트가 진척이 되었다 싶으면 이렇게 요청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MD 파일로 저장해 줘.” 혹은 제미나이 유료 사용자라면 “이 내용을 구글 독스로 정리해서 올려줘.”라고요. AI의 강점이 ‘정리’인데 사용자가 많은 업무를 함에 있어서 중간중간 ‘정리, 요약’을 AI에게 시켜서 해당 맥락을 잘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AI가 한 채팅방에 있는 수개월 수년간의 이력을 다 기억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약본을 만들어서 나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스킬입니다. 이렇게 정리본을 갖고 있으면 해당 내용을 새 채팅방에 AI에게 다시 붙여넣기만 해도, 처음부터 상황을 다시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검색 기능이 있으니 나중에 찾으면 된다고요? 물론 클로드나 제미나이 모두 과거 채팅 검색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세션에 흩어진 맥락들을 하나의 정리본으로 압축해 두는 것과, 필요할 때마다 뒤져서 퍼즐 맞추듯 찾아내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또한 그것을 검색하고 다시 읽어보고 하는 것또한 새로운 ‘일’인 것이죠. 일을 줄이려고 AI를 쓰는데 또다른 일이 생겨버리는 아이러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정리하고 저장하는 건 AI를 잘쓰는 좋은 스킬입니다. 정리도 AI에게 시키세요^^

 

3. 이제 AI에게도 마음을 좀 열 때가 됐습니다

BandiView_AI는_점점_장기기억과_맥락을_이해하는_도구로_발전하고_있다▲ AI는 점점 장기기억과 맥락을 이해하는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2024년 초부터 2026년 3월까지, ChatGPT, 클로드, 제미나이는 모두 단발성 챗봇에서 장기 개인 맥락을 기억하는 시스템으로 조용히 전환했습니다. 클로드의 경우 2026년 3월 2일부터 무료 사용자를 포함한 전 플랜에 메모리 기능이 적용되었고, 24시간마다 대화를 자동으로 요약해 다음 세션에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즉, 여러분이 오늘 클로드에게 “나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어”라고 말해두면, 다음 대화에서 그 맥락이 이미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보안이 걱정되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제로 2026년 3월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AI가 사용자 정보를 많이 알수록 사용자가 듣고 싶은 말을 더 해주는 ‘아첨 현상(Sycophancy)’이 최대 49%까지 증가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AI가 나를 잘 알수록 비판보다 동조를 더 많이 한다는 경고이니, 이 점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핵심 기밀이나 민감한 계약 정보는 외부 AI 서비스보다 사내 별도 시스템을 쓰는 것이 맞고요.
하지만 이러한 주의사항들과 별개로, 개인 업무 차원에서 AI에게 나의 역할, 나의 루틴, 나의 고민을 조금씩 공유해 나가는 것은 분명히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필자가 2023년부터 꾸준히 AI와 대화를 쌓아온 덕분에, 이제는 “캄보디아 교민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도 AI가 현지 맥락을 어느 정도 이해하며 글을 써주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마치 오래 함께 일한 직원이 사장의 스타일을 몸에 익히듯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재미난 제안을 드립니다. 그동안 AI와 쌓아둔 맥락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ChatGPT, 제미나이, 클로드 창을 열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너는 나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어? 아는 대로 다 이야기해봐.”

또는 이렇게도 해보세요.

“내가 그동안 너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이미지로 표현해볼래?”

꽤 재미난 결과물들이 나올 겁니다^^ 어떤 분은 AI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꽤 정확하게 짚어내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떤 분은 생각보다 AI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부터라도 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2026년, AI는 더 이상 ‘검색창’이 아닙니다. 나에 대한 맥락이 쌓일수록 점점 더 쓸모 있어지는 업무 파트너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파트너와 잘 지내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시작하려 하지 말고 먼저 대화하세요. 대화는 기록해 두세요. 그리고 적당히 마음을 여세요. 오늘 AI 창을 열고 한번 이렇게 말해보시겠어요? “나는 이런 일을 하는데, 요즘 이게 좀 고민이야. 나랑 이야기 좀 해볼래?”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