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랑하는 까로나 선생님의 ‘이것저것’] 전기먹는 하마 AI때문에…

기사입력 : 2026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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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전자제품 하나 장만하려고 “조금만 기다리면 값이 좀 내리겠지” 하며 미뤄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필자도 그랬습니다. 작년에 노트북 한 대가 꼭 필요했는데 가격이 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원래 전자제품이란 게 시간이 지나면 값이 떨어지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웬걸,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노트북 값은 내려가기는커녕 스멀스멀 오르더군요. 결국 더는 못 버티고 HP 빅투스16(Victus 16)을 질렀습니다. 살 때만 해도 “아, 나 지금 비싼 값에 가성비 떨어지는 물건 떠안는 거 아냐?” 싶어 속이 좀 쓰렸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격은 계속 오릅니다. 오히려 그때 산 게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IT기기 가격이 높아지고만 있는 걸까요?

노트북도, 게임기도… 범인은 ‘AI’

값이 오르는 건 노트북만이 아닙니다. 게임기야말로 “출시 후엔 값이 떨어진다”가 철칙이었는데, 이 철칙마저 무너졌습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PS5)는 출시 이후 무려 세 번이나 가격이 올랐고, 닌텐도 신형 스위치2도 오는 9월 약 17% 인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아.. 스위치2를 기다렸다가 사려고 했는데 이제는 너무나 높아진 당신이 되었습니다.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기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오르는 이 현상에는 이미 ‘메모리플레이션’,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이렇게 전자제품들의 가격을 올리며 필자를 눈물짓게 하는 공통 범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AI입니다.

국장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평소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매우 놀라운 숫자 하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89조원(잠정집계)!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89조 원을 벌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의 약 18배, 1,800% 넘게 폭증한 사상 최대급 실적입니다. 스마트폰을 두 배로 판 것도 아닌데 이 돈이 대체 어디서 났을까요? 답은 전부 ‘메모리 반도체’에 있습니다. 전 세계 빅테크가 AI를 돌리려 데이터센터를 미친 듯이 짓고 있고, 거기엔 HBM이라는 초고성능 메모리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갑니다. 값도 비싸고 이문도 많이 남으니, 삼성·SK하이닉스 같은 회사들이 돈 되는 이 고급 메모리 쪽으로 생산 라인을 몰아주기 시작했죠. 그 바람에 우리 노트북과 게임기에 들어갈 ‘일반 메모리’는 만들 여력이 줄었고, 공급이 달리니 값이 뛴 겁니다. 예전엔 우리끼리 나눠 쓰던 메모리 반도체를 이제 거대한 AI가 먼저 왕창 퍼가는 시대가 된 겁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AI때문에 필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지갑이 얇아지게 되다니! 정말 웃픈 현실입니다.

전기도 먹는 AI

AI가 나눠 먹는 자원은 메모리만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바로 전기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1년 만에 26%나 늘 것으로 봤고, 국제에너지기구는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기 비중이 2020년대 초반 2%대에서 2030년이면 10%를 넘길 것으로 전망합니다.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캄보디아는 전력 사정이 늘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정전 걱정에 벌벌 떨어야 하는 나라잖아요. 그런데 이제 전 세계가 AI에 쓸 전기를 확보하겠다고 경쟁하는 시대에, 전력 인프라가 약한 나라들과 그 국민들이 받을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메모리도, 전기도 AI와 나눠 먹는 시대.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는 “에너지가 진짜 통화(화폐)다”라는 말까지 했을까요. 앞으로는 전기를 쥔 쪽이 힘을 갖는 시대가 온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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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 먹어댈까요?

사람들이 chatGPT나 제미나이를 많이 써서 전기와 반도체가 더 많이 필요해진 것일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전기와 반도체 사용량은 요즘 AI가 진화하는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의 AI가 우리가 물으면 답을 해주는 ‘똑똑한 챗봇’이었다면, 요즘 가장 뜨거운 흐름은 스스로 판단하고 일까지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질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목표를 던져주면 알아서 여러 단계를 밟아 일을 해냅니다. 그런데 이 ‘스스로 일하는’ 과정이 전기를 어마어마하게 먹습니다.

사람이 시킬 때만 잠깐 도는 게 아니라,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거대한 ‘AI 팩토리’를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만 수백조 원, 전 세계 5대 빅테크는 2025~2026년에 1조 달러(약 1,500조 원)가 넘는 돈을 이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필자도 요즘 학원 잡무를 대신 처리해줄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 손안의 이 작고 기특한 비서가 사실은 지구 반대편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전기와 반도체를 우걱우걱 먹으며 돌아가고 있었고 제가 사고 싶은 노트북과 게임기 가격을 올리고 있던 주범이네요.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와 편리함이, 알고 보면 자원 소모였고 물가 인상의 요인이었다니! 참 묘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AI 시대에는 전자제품 구매 전략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면 싸지겠지”라는 전략은 당분간 위험합니다. 꼭 필요한 장비라면, 무작정 미루기보다 적정한 시점에 결단을 내리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말한 필자의 노트북 구매 경험처럼요.

다만 “지금 안 사면 큰일 난다”는 식의 공포에 휩쓸릴 필요도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품귀 현상이 하반기를 지나며 차차 진정되고 2027년쯤 안정될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지만요.

둘째, AI를 바라보는 균형 감각입니다. 필자가 이 칼럼에서 늘 강조해온 게 ‘AI 맹신은 금물’이었죠. 이번엔 조금 다른 각도입니다.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화려한 뉴스 뒤에는, 이렇게 우리 실생활 청구서가 함께 날아오고 자원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는 그림자도 있다는 것. 심지어 생성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아직 뚜렷한 수익을 못 냈다는 연구도 있어, ‘이 거대한 열풍이 거품 아니냐’는 논쟁도 뜨겁습니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