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덜 아프게, 누구는 한 달이나 통증… “오미크론 바이러스 안 아프다고 안했나요?”

기사입력 : 2022년 0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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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상이 바뀐 지 벌써 2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무증상, 경증 환자는 집에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어버렸다. 운이 좋게(?) 무증상으로 넘어가는 확진자도 있지만 인후통, 발열, 미각상실 등등 모든 증상을 길게는 한 달이 넘게 겪는 확진자도 있다. 처음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증상이 경미할 것으로 알려지며 어쩌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크리스마스의 선물’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확진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안 아프다던 오미크론, 인후통·오한·발열로 ‘죽을 맛’
유모(45)씨는 4일 동안 인후통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모씨는 “재택치료를 받는 동안 아예 목소리가 안 나와 전화로 소통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2주 전 완치된 직장인 박모(26)씨는 “완치가 돼도 폐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헛기침을 참느라 애먹었다”며 “자고 일어나면 옷과 이불이 다 땀으로 젖을 만큼 열이 끓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장인 김모(28)씨도 “증상이 경증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세게 와서 힘들었다”는 반응이다. 대학원생 이모(27)씨는 “분명 완치돼서 검사도 음성 반응이 나오는데 후각, 미각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불안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증상은 무증상부터 경증, 중증까지 사람마다 다르지만 발열과 인후통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또한 오미크론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률은 낮지만 일부 백신 미접종자, 약물 미복용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오미크론은 감기처럼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근육통 및 피로감이 1~2달 이어질 수 있다”며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가 제대로 보급돼야 계절 독감 및 일반 감기 정도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ovid-19 rapid antigen test on black stone background

델타·오미크론 합친 ‘델타크론’ 뭐길래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섞인 ‘델타크론’ 변이가 미국과 유럽에서 발견됐다. 델타크론의 전염력이나 위험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선 변이들만큼의 위험성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델타크론이 최초 발견된 건 지난 1월이다. 당시 바이러스의 바탕은 델타인데 오미크론 돌연변이 요소가 섞인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와 일부 과학자들은 실험실 오염으로 인한 오류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달 워싱턴DC 공중보건연구소의 과학자 스콧 은구옌 박사가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GISAID)에 제출된 프랑스의 코로나19 샘플을 조사하던 중 델타크론을 발견하면서 델타크론이 실재한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두 개의 변이에 한번에 감염된 환자에게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분석 결과 동시 감염이 아닌 두 가지 변이(델타·오미크론)로부터 나온 유전자 조합을 지닌 것으로 바이러스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NYT는 감염 사례가 지금까지 50여건에 불과하고 확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만한 변이는 아니라고 전했다.

델타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가 대부분 오미크론에서 유래됐다는 점도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이유다. 감염 또는 백신을 통해 생성된 항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주요 표적으로 삼는 만큼 오미크론에 대한 항체를 지난 사람들은 델타크론에도 보호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오미크론의 특성을 지닌 만큼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나 상기도에 쉽게 침투해 전파력은 높지만 폐 깊숙한 곳으로는 침투하지 못해 중증화로 이어지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엄혜정 정리

[확진자가 전해주는 생생한 투병일지]

교민 정모씨 지난 달 24일 처음 목이 불편해 자가키트 검사를 해서 양성인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약간의 두통과 목이 따끔거리는 정도여서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저녁부터 38도까지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오한이 들었다. 다행히 식욕은 계속 있어서 밥은 잘 챙겨먹었지만 다음날부터 근육통과 코막힘이 시작됐다. 새벽에 수시로 근육통과 인후통으로 잠을 깨기를 반복, 5일이 지나 다시 자가키트로 검사했으나 아직 선명하게 두 줄이 나왔다.

일주일이 지나면서 근육통과 열감은 사라졌지만 극심한 피로감과 소화불량을 겪었다. 9일차에 자가키트로 음성이 나왔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음성이 나오면 짠하고 좋아질 줄 알았는데 무기력증에 우울감이 더해져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일상회복이 더디다.

교민 임모씨 아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자가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뜻밖에 내가 양성이 나왔다. 바로 격리에 들어갔고 양성이라는 정신적 충격 빼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다음날, 다다음날도 혹시 몰라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나도 매일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나만 양성이고 아이와 아내는 음성이었다. 일단 나는 양성이니 회사에 보고를 하고 집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타이레놀과 비타민만 복용하며 격리를 했다.

이튿날부터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평소 늦잠을 자지 않는 편인데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힘들었고 밥을 먹고 나면 곧장 졸음이 몰려들었다. 그 외에 열이나 목 아픔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피로감이 3일정도 나타났고 다른 증상은 여전히 없어 비타민과 타이레놀만 복용했다. 처음 양성이 되고 매일 검사를 했는데 점점 선이 희미해졌으며 5일후부터는 한 줄만 나왔다. 자가키트로 음성이 나온 후 혹시 몰라 이틀 더 격리를 한 후 온 가족이 PCR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을 확인한 후 회사로 복귀했다.